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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와 함께 읽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서평 (독후감)
    책 리뷰 2020. 12. 2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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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기지 않겠지만 필자의 중학교 3학년 때의 목표는 중세 유럽을 정복하는 것이었다. 물론, ‘미디블 토탈워라는 게임 속에서 말이다. 게임 소개를 아주 간략히 하자면, ‘미디블 토탈워는 자신이 선택한 나라의 정치, 조세, 무역, 문화, 종교, 대외관계 등을 직접 결정하고 나라의 번영을 이끔과 동시에 주변국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되는 게임이다. 필자는 언급한 모든 요소를 수동으로 설정해놓고 마치 군주가 된 것만 같은 기분으로 게임에 몰두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게임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군주론이라는 책을 어린 나이에 접할 수 있었다. 당시 국어 선생님께서는 책의 제목과 간략한 소개 문구를 보여주시며 자신이 고른 책을 읽고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글을 써오라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서 목록과 소개문구 중 강력한 국가와 번영을 위한 한 남자의 조언이라는 문구가 왠지 모르게 조금 더 크게 눈에 들어왔고, 망설임 없이 책을 선택하여 읽었다. 어렵게 느껴졌고 생각과 달리 게임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많은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 책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필자는 군주론의 17(가혹성과 자비심)의 영문 버전을 서울대학교 면접문제지에서 읽게 되었다! 지금도 필자는 몇 번씩 읽어보았던 텍스트가 나와서 합격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여담을 접어두고, 이제 대학생이 되어 다시 읽은, 필자에게 조금 특별한 군주론에 대한 글을 적어보고자 한다.

     

    마키아벨리의 저작, 군주론

         필자의 군주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에 앞서 군주론에 대한 대중적인 평가에 대해 떠올려보자. 인터넷에 군주론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나 지식in 답변으로 군주론을 바티칸의 금서’, ‘악마의 책’, ‘권모술수적인 책이라는 평을 담은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에 취약했던 필자 또한 중학생 때 이 책을 처음 바라보며 비슷하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평가를 하거나 믿는 사람들 중 군주론을 세 번 이상 정독하고 마키아벨리의 생애와 그가 살았던 15세기 중엽 이탈리아의 시대상황에 대한 고민을 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필자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에 필자는 군주론의 부정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왜 군주론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는가?’, ‘마키아벨리의 삶과 시대는 그의 저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와 같은 의문에 대답해보는 기회를 갖고, 주제 넘는 일일지 모르겠으나 마키아벨리의 입장에서 책의 가치와 책에 깃든 노력을 전달하면서, 끝으로 군주론의 의의와 시사점을 짚으며 서평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權謀術數 (권모술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는 온갖 모략이나 술책.

     

         군주론에 나타난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평가하기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마키아벨리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공간이다. 이를 바탕으로 왜 그가 군주론을 쓰게 되었으며, 부정적인 평가를 얻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마키아벨리가문은 중인층 가문이나 부유했다, 하지만 군주론의 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집만은 부유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교육을 받으려 애쓴 결과 그는 최고행정청(Signoria) 2서기장이라는 당대의 높은 직책에 올라갈 수 있었고, 피렌체의 외교, 대외관계, 전쟁과 같은 업무를 담당했다. 14년간의 이러한 분야에서의 공직생활은 분명 군주론의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14년간의 이탈리아는 분열, 부패, 스페인과 프랑스 같은 강대국의 침략과 착취로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힘없이 무너지는 이탈리아의 소군주국들과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시민들을 바라보며 마키아벨리는 가슴을 치며 강력한 군주의 등장과 그로 인한 이탈리아의 통일과 번영을 꿈꿨을 것이다. 외교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중세 유럽의 정세에 밝을 수밖에 없었고 특유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매우 현실적인 통치론을 구상했다. 그는 국제 관계에 있어서 항상 신의와 도덕이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직접 배우며 현실에서의 함정, 기만, 이기주의를 모른 채 국가를 운영하는 통치자는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어찌 보면 그의 저서와 삶을 연상해볼 때 그의 삶 자체가 군주론이라는 역저의 밑거름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군주론이 권모술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발견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가 15세기 중엽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본 유럽 사회는 권모술수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였다. 자국의 번영을 꿈꾸는 그가 군주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통치방법과 기술을 조언하고자 했다면 권모술수에 대응하는 법과 현실에서의 정치(도덕이 항상 성립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배반과 탐욕이 만연했던 정치의 흐름)를 논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티칸의 금서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자. 교황청에서 주장한대로 마키아벨리의 사상 중에는 종교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점들이 많다. 하지만, 교황청과 주변 강대국들이 군주론을 악마의 책이라 지칭하며 금서로 지정한 이유가 도덕적 이유뿐일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필자도 확신이 서지 않기에 확답을 할 수는 없지만 이 물음에 대해서 당대의 상황과 관련하여 나름의 가능한 추론을 제시해보고 싶다. 마키아벨리의 시대에 교황을 중심으로 한 교황청은 실질적으로 국제 정세와 한 나라의 정책에 크고 작은 영향을 행사하고 있었다. 교황청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강력한 군주의 등장으로 이탈리아가 강성해진다면 이는 그리 좋지 않은 상황으로 비추어졌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강력한 황제가 등장하여 교황과 대립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고, 그렇게 된다면 14세기의 아비뇽유수와 같은 치욕을 치러야할 수도 있다. 따라서 강력한 군주의 등장과 이탈리아의 통일 및 번영을 꿈꾼 마키아벨리의 이상이 담긴 군주론이 교황청에서는 달갑지 않은 서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게다가 통일된 이탈리아보다는 독립된 도시국가를 꿈꾸는 소국가들이 이탈리아 영토 내에 충분히 존재했으며 주변 강대국들 또한 또 다른 강국의 출현을 견제하고자 했기 때문에 군주론의 내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군주론에 대한 부정적인 평은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긴 시간 동안 금서로 지정되어 버렸다. 어쩌면 바티칸의 금서군주론이 악마의 책으로 비난 받으며 읽히지 못했던 까닭은 책 내용 그 자체뿐만 아니라 당대의 시대상황과도 관련 있을지 모르겠다. 또한, 이 생각의 흐름이 틀리지 않다면, 교황청과 강대국들이 금서 지정에 입을 모았다는 것은 그 만큼 군주론에 현실과 부합하는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준다고 할 수 있다.

     

    금서를 찾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마키아벨리가 바라본 이탈리아에서 진정한 개인의 행복과 자유는 보장 가능한 것들이 아니었다. 잦은 전쟁, 군 동원, 착취, 분열 등 다양한 이유로 시민들은 고통 받으며 불행을 겪어야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스페인과 프랑스가 유럽에서의 패권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고, 이 둘을 그 다툼을 이탈리아의 본토에서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마키아벨리가 지적했듯이 중세의 사회 질서를 넘어서지 못한 이탈리아에는 통일된 세력이나 힘이 없었고, 이탈이아 내부의 상호경쟁에 다른 강국의 힘을 빌림으로써 두 강대국의 갈등에 복잡하게 녹아들어가게 된다. 마키아벨리는 이 무질서를 평정하고 그럼으로써 장기적으로 시민들의 행복을 보장해줄 수 있는 군주의 출현을 기원하며 군주론을 저술했다. 경우에 따라 시민에게 가혹할 정도의 인색함과 무자비한 잔인함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그의 군주론을 볼 때 앞뒤가 안 맞는 말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에게 있어서 당시의 피렌체공화국과 이탈리아 시민의 불행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질서와 힘의 부재였다. 그는 이 무질서를 극복하고 자국의 군대를 갖춘 강력한 국가를 세움으로써 수탈과 외압을 견뎌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룩한 독립을 바탕으로 지긋지긋한 불행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던 것이 마키아벨리의 진심이었다. 군주론에 담긴 마키아벨리의 군주를 향한 직설적인 조언들은 군주의 행복을 위한 것들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이 국가 운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 군주가 현명하게 나라를 다스려 주기를 바랐고, 그것이 시민 전체에게 행복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 것이었다. 우리가 권장도서 목록에서 군주론을 쉬이 찾아볼 수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필자는 군주론을 읽고 마키아벨리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만약 마키아벨리가 시대상으로 비슷한 임진왜란기에 활동한 조선의 공직자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당시 조선의 상황과 마키아벨리의 이탈리아 사이에는 내부 분열, 전쟁 상황, 타국의 침략, 타국과의 동맹관계, 군대의 유지 및 관리 문제 등 몇 가지 접점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조선의 책략가 마키아벨리는 어떤 인물을 사례로 들며 조선의 군주론을 작성했을까? 필자의 머리에는 몇몇 인물들이 스쳐가지만 그 중 이순신 장군에 대하여 말하고 싶다. 물론 그는 통치자나 군주가 아니다. 하지만, 전쟁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은 조선 수군을 통솔했으며 관할 지역 내의 주민들의 생활과 안전 보장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사람이기에 마키아벨리가 논의할만한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는 카리스마와 훌륭한 능력을 갖춘 인물로 작은 규모의 군대로 왜군으로부터 조선을 구해낸 성공적인 인물이다. , 조선에 질서와 평온을 가져왔다. 아마, 마키아벨리는 가혹성과 자비심을 다룬 17장에 이순신을 담고 싶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적은 병력과 열악한 군비 사정 및 전투도구, 그리고 느슨한 군율까지. 조선 수군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병사들과 장군들은 각자의 몫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고 있었다. 이 때 등장한 인물이 이순신이다. 그는 규율을 지키고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관할 지역 내 주민이나 부하들에게는 한 없이 너그럽고 선행을 베풀었지만, 정해진 규칙과 임무를 태만히 하는 자는 가혹한 처벌로 다스렸다. 개개인에 대한 연민을 느꼈지만, 반복되는 자비로움이 더 큰 불행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이순신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엄격함과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그는 무질서했던 그의 군대를 세계 해군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최강의 수군으로 만들어 조선이라는 사회 전체를 구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고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필자는 군주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꼭 두 번 이상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필자의 경우 처음 읽었을 때 마키아벨리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실패했다. 각 장마다 제시되는 사례나 인물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의 생애, 당대의 상황 등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군주론의 의미와 마키아벨리의 노력을 음미하고자 한다면, 우선 이 글에서 제시했듯이 글쓴이의 특징, 글쓴이가 글을 쓴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공부해보기를 권한다. 그런 다음 책을 펼친다면 군주론은 당신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필자는 군주론이 국가를 다스리는 군주에게 내려주는 처방전과 같은 느낌을 받았고, 실제 이탈리아 원어로도 비슷한 의미를 갖는 표현을 빌려 글을 썼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시간이 꽤 많이 흐른 지금도 마키아벨리의 옛 처방이 담긴 군주론을 읽는가? 분명히 그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을 추구하며 글을 쓴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주어진 시대, 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심각하고 깊은 고민을 통해 해결을 찾으려는 노력이 군주론 곳곳에 스며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군주론을 차근히 읽어보면 보편이라는 것이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서 표현되고 그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마키아벨리가 제시 했던 조언들을 현대사회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의 사회와 국제 정세를 꿰뚫어보는 능력과 그를 바탕으로 파악한 인간의 특성 등은 현대인인 우리가 읽고도 충분히 배울만한 점들이 많다. 이는 현대에도 이기주의, 배신, 특정 명분을 내세운 주권 침해 등 마키아벨리의 시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인간세상에서의 특징들이 상당부분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냉철한 눈으로 사회의 흐름을 읽고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시대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들을 풀어내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키아벨리의 글에서 드러나는 분석적 능력과 그를 바탕으로 난관을 겪고 있는 사회에 적절한 처방전을 내려줄 수 있는 능력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통해 현대인들이 깊이 생각하고 배워야할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럴만한 가치와 깊이가 있는 책이기에 21세기 현대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고전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

     

     

    꽤 오래 전에 써보았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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